2010년 3월 21일 셋째 주 일욜 새벽 4시에 기상하다. 간밤에 무지막지한 황사가 기승을 부려 오늘 일정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서둘러 창을 열고 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초롱초롱하다. 첫 전철을 타고 자갈치에서 내려 완월동 파출소와 어린이놀이터를 지나 소방도로를 잠시 오르니 우측 담벼락에 짐자전거와 둥근 벽시계가 덩그러이 걸려있다. 천마산 산복도로에 도착하니 오륙도 너머로 희끄므리 밝아온다. 40년 만에 들러본 천부암. 옛 모습은 아련한데 낳설은 곳에 한글로된 주련만이 눈에 들어온다. 77년 12월에 철거되어 사직동으로 떠나왔으니 그 이후에 절이 중건되었나보다. 뼈치료집 앞부터 샛디까지 이쪽저쪽 골목길을 헤집고 다녀본다. 좁디좁은 골목길은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데, 건물들은 많이도 바뀌었다. 간혹, 어릴 적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집들이 보여 마음이 짜안해져 온다. 기억 저편의 골목에서 어린 친구님들의 목소리가 속삭임이 들리는듯하다. 골목길에서 두어 시간을 훌쩍 넘기고서 산비알을 오른다. 작년 이맘때 본 산제당 터 옆 현호색 군락지. 올해도 어김없이 반겨주고, 산수유도 활짝 개화했다. 전망대 근처의 약수터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천마산 정상부를 한 바퀴 휘돌아간다. 장군발자국 바위 옆 의자에 앉아서 송도 앞바다의 나박지를 보며 한가로운 상념에 잠겨본다. 산복도로 버스종점 건너편이 재개발열풍에 모두 헐리고 빈 공터로 변해져 있다. 아무리 난개발지역이라해도 세월 앞엔 어쩔 수 없는가보다. 정상의 봉수대에 한 무리의 산행인들로 붐비는 것이 멀리서 조망된다. 아마도 친구님들이리라. 그때 그 시절 어릴 적 그 시절을 회상하며 여기까정 왔으리라. 호가든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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