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64

어릴적 놀이터였던 천마산을 댕겨왔다.

2024년 2월 24일 토요일 오늘은 예로부터 최대 명절이라는 정월 대보름날이다. 회색빛 하늘이 무겁게 내리는 날에 나의 20년을 보냈던 천마산을 찾았다. 충무동 골목시장에서 채여사가 운영하는 길다방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세상사 이렁저렁 이바구를 나누고 길을 나선다. 홍등가의 옛 지명인 완월동은 충무동으로 흡수되고 이제는 그마저도 도시 재개발이라는 대명제 앞에 점점 쇠퇴하여 그 명성이 사라지고 있다. 꼬불꼬불 비탈길을 올라 산복도로인 해돋이길에 도착한다. 건물들은 변했어도 골목길은 40여 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채 반긴다.

사노라면 2024.02.28

존재와 잔재의 사이

존재와 잔재의 사이 존재는 현실의 시간에 실제로 있음을 뜻함이고 잔재는 쓰고 남은 짜투리를 말한다. 존재는 현재의 시간이며 잔재는 과거의 시간이다. 존재가 유라고 표현한다면 잔재는 무로 대변할 수 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영원이란건 없다. 언젠가는 잔재로 남았다가 소멸되어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이 방 또한 언젠가는 소멸할 터이다.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오늘일지 아니면 내일이 될지 것도 아니면 모레가 될런지.. 다만 그날이 하루 하루씩 다가오고 있는 것 만큼은 틀림이 없다. 어둠은 점점 깊어 가는데 옷깃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제법 세다. 산사의 밤은 어둑하고 흰구름 뒷편의 별들이 환하다. 그리운 이의 눈빛 마냥.. _()_ 2015년 12월 4일에 쓴 글

사노라면 2023.12.04

금정산성

9월 24일 일욜 맑음 금정산은 명실상부한 부산의 진산으로 높이가 801.5m에 달하고 산이 도심의 한가운데 있는 까닭에 접근성이 접근성이 좋아서 많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금정산을 둘러싸고 있는 산성은 길이 18.9km로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산성인데 이런 유명세에 비하여 내로라하는 등산인들 중 1%도 안 되는 산객만이 종주하였다고 한다. 현재의 금정산성은 많은 구간이 복구되었지만 밋밋하다는 평가도 있다. 예전의 산성 돌담은 금정산의 돌을 쌓아서 만들었고, 높이는 초라하지만 산을 닮아서 정말 강해 보였는데.. 십 수년 전 폭염이 사납게 기승을 부리던 날에 산성 종주길에 나섰다가 길을 잘못 들어 실패를 하고, 계절을 바꿔 다시 도전하여 네 번을 완주하게 되었고 그중에 한 번은 오롯이 맨발로..

사노라면 2023.10.13

말썽부린 컴터

Igo.. 컴터가 한 달 전부터 끼리..하이 굴더니 갑자기 먹통이 댓뿌네. 다시 껐다가 켜기를 반복하고 연결 선을 몽조리 뽑았다가 다시 연결하고 메모리 카드 두 개 빼서 지우개로 문 때서 끼우고 5만 GR 부루스를 치도 컴터가 반응이 없길래 혹시 이 늠이 이상인가 하고 CPU를 점검하니 이 늠 또한 이상유무에 답을 안 허네. ㅜㅜ 구래서 내린 결론 하나.. 10년을 넘긴 이 늠의 메인보드가 수명을 다했다꼬 판단하고 이번 기회에 컴 교체를 심각히 고민 중 마지막으로 메인보드에 있는 동전 크기의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시스템을 Reset 하여 재부팅시키니 나 여깃소 하메 멀쩡이 되살아나네. ^^ 에헤라 D야~~ 컴터 교체 비용을 세이브했꼬 밧데루 교체도 햇응께 앞으로 10년은 더 사용혀도 되것따.

사노라면 2023.08.26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2023년 4월 12일 수요일 부산의 진산이라는 금정산 고당봉을 가기 위해 양산 동면 계석마을을 초입으로 잡는다. 부산대역(부곡2동) 정류장에서 1500번 버스를 20분가량 타고 가서 양산시 도시통합관제센터 정류장에서 하차하고 23번 버스로 환승해서 두 정류장 가면 계석마을인데 총 소요시간이 35분 정도 걸린다. 계석마을 표지석을 끼고 대정그린파크 아파트로 가면 그 우측으로 등산로가 나온다. 금백종주 시작점이다. 질메쉼터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하나 오르면 다방봉이다. 이곳에는 여러 산악회에서 설치한 정상석과 표시목 그리고 정상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지만 정상의 고도가 제각각으로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다방봉을 지나 철계단봉 오름길에서 족두리꽃을 만난다. 이 늠의 꽃은 잎사귀아래에서 피고 거의 바닥에 붙어..

사노라면 2023.04.16

상학산 상계봉

2023년 3월 27일 월요일 전날 내린 봄비에 촉촉이 적셔진 나무와 낙엽, 풀잎에서 풍겨져 나오는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평일 것도 오전의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싱그러운 숲 속을 천하의 느린 걸음으로 유유자적하며 산길을 오른다. 오늘의 산행길은 금정산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하는 코스로 화명동 산성터널 입구에서 출발하여 장전동 부산대학교로 하산 종료한다. 산허리 아래로는 진달래가 졌지만 그 위로는 완전 만개하여 연분홍 빛깔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멋들어진 암릉들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상학산이다. 정상석은 없고, 금정산 제1 망루는 예전에 태풍 매미로 인하여 그 흔적만 남아있다. 상학산 우측으로는 금정산군에서 풍광이 뛰어나다는 상계봉이 자리하고 있어 잠시 들렀다 나온다. 산성벽을 따라 헬기장에 ..

사노라면 2023.03.29

낙동정맥길인 정통 백양산

12023년 3월 17일 금요일 꽤 쌀쌀한 날씨에 하늘이 흐린 날이다. 오후 네시. 조금은 늦은 시각에 정통 백양을 타기 위해 길을 나선다. 성지곡 삼환아파트에서 출발하여 쇠미산 둘레길을 휘돌아가면 만남의숲 광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매봉이 까지 1km 정도를 제법 까풀막지게 올라야 한다. 땀 흘려 오른 능선에는 에법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배낭에서 윈드스토퍼를 꺼내 입는다. 불웅령과 백양산을 지나 유두봉에 이르러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갓봉에 도착했을 때는 손전등 없이 진행하기가 어렵다. 야산의 하산길에는 안전을 위해서도 렌턴은 필히 사용해야 한다. 오늘의 등로는 대부분이 낙동정맥길이다. 개금역에서 종료한다.

사노라면 2023.03.20

금정산 대륙봉

2023년 2월 10일 금요일 밤새 내린 눈과 비. 금정산 정상부에는 하얀 눈모자를 덮어썼지만 따사로운 햇볕이 나는 오후에는 모두 녹아버리고 등로에 깔린 낙엽만이 촉촉하게 젖어있어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젖은 나뭇잎에서 풍겨져 오는 특유의 향기가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아기자기 능선과 삼밭골 사이로 난 등로를 따라 35분 정도 오르니 대륙봉이다. 도심의 거리에는 하나 둘 불이 켜지고 망미봉 뒤편 헬기장에는 사고가 있었는지 구급대 헬기가 공중을 맴돌고 있다. 노을빛에 물드는 전경을 바라보며 잠시 쉼을 하다가 산성벽을 따라 남문 입구로 발걸음한다.

사노라면 2023.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