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산행 66

220803 황령산 사자봉

아주 습한 날에 모처럼 야간 산행에 나선다. 30℃ 언저리의 높은 기온과 82%의 고습도가 산행 길을 더디게 하는데 먼 산 너머로 지는 태양이 역동적 표정으로 하루의 대미를 장식한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치며 힘겹게 갈미봉을 올라서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사자봉으로 길을 찾아든다. 불빛을 켜지 않은 채 걷는 어둑한 등로에서 만나는 들꽃과 잠시 눈 맞춤을 하고 그 대가로 무지막지한 풀숲 모기들의 습격을 받는다. 사자봉 전망대에서 잠시 쉼을 하며 언제나 그렇듯이 마음의 고향인 천마산으로 눈길을 준다. 김해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산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황령산을 오르고 냉수욕 터 체육공원에서 땀을 씻고 산행의 마무리를 한다.

야간 산행 2022.08.05

산만디 까꼬막

산만디 까꼬막 조금 일찍 나서서 토성역에 도착한다. 까지고개 아미동 산만디를 40여 년 만에 찾아 길을 나선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좁은 골목길 이리저리 꺽여지고 굽어지고.. 들 곳은 하나이지만 출구는 여럿이어라. 아무렇게나 지어진 하꼬방 같은 집들 사이로 철없이 뛰어놀던 그 옛날 까까머리 코흘리개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꼬. 군데군데 비어진 폐가에서 풍겨지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즈음 미로 같은 골목을 서둘러 빠져나온다. 어스름이 내리는 산등성이에 올라 하나 둘 불 켜는 문화마을을 내려다본다. 도시 정화라는 미명하에 온통 상업지역으로 변모한 마을. 외지인이 점거한 그 집에 거주하던 그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갔을꼬. 갑갑한 마음을 한 켠으로 부여잡고 석성 봉수대에 이른다, 2019. 9. 25 천마산 수야

야간 산행 2019.09.26

남근석

돌삐 오늘의 컨셉은 돌삐(방구)이다. 돌삐에 정신 팔려 알바 아닌 알바를 신나게 한다. ‘돌삐‘란 물체를 지칭하는 직접적인 의미와 상징적인 의미로 쓰인다. 지능이 낮은 사람을 돌띠 같이 머리가 굳었다고 해 ‘돌ㄷㄱㄹ’라 한다든지, 아이를 못 낳는 여자를 번식 능력이 없다는 뜻으로 ‘석녀’이라 하는 따위가 그것이다. 남근석 오름 길 중간 쯤에 서 있는 돌삐가 우람하다. 남근숭배신앙은 인류의 선사시대부터 남자의 성기가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신비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는 원초적인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자손번성이나 종족보존, 그리고 풍부한 생산력의 기원을 위하여 숭배되고 신앙시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남근석이라 할 때 그 형태는 대개 선돌에다가 성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 가장 많다, 남근석은 임신을 간절히 바라는 ..

야간 산행 2019.06.13

길..

길.. 배산역 도착이 오후 7시 10분이다. 일찌감치 출발이다. 철계단을 올라서서 초입에 들어서니 벌써 마음이 평온해진다. 늦은 저녁시간에 만나는 등로가 새롭다. 꾸불꾸불 굽어지고 휘어지고.. 우리네 삶이 저러하였으리라. 온갖 세파 오롯이 견디어 내고 끝내 이겨내었으리라. 그렇다. 오늘의 컨셉은 길..이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혼자서 걷고 있는 인생길을 앵글에 담아본다. 2019. 06. 05 배산역 황령산 오름길에서

야간 산행 2019.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