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습한 날에 모처럼 야간 산행에 나선다. 30℃ 언저리의 높은 기온과 82%의 고습도가 산행 길을 더디게 하는데 먼 산 너머로 지는 태양이 역동적 표정으로 하루의 대미를 장식한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치며 힘겹게 갈미봉을 올라서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사자봉으로 길을 찾아든다. 불빛을 켜지 않은 채 걷는 어둑한 등로에서 만나는 들꽃과 잠시 눈 맞춤을 하고 그 대가로 무지막지한 풀숲 모기들의 습격을 받는다. 사자봉 전망대에서 잠시 쉼을 하며 언제나 그렇듯이 마음의 고향인 천마산으로 눈길을 준다. 김해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산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황령산을 오르고 냉수욕 터 체육공원에서 땀을 씻고 산행의 마무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