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병이의 포토세상

이바구길 168계단

꺼병이 2022. 12.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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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용어인 계단은

높이의 차이가 있는 두 곳을 오르내리는데 쓰이는 여러 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위와 아래를 소통하게 하는 통로를 말한다.

 

초량초등학교와 초량교회 사잇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한눈에 봐도 가파른 168계단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아찔하다.

이곳 산동네에도 크고 작은 계단이 참 많다.

계단으로 아랫마을과 윗마을이 서로 연결되고 ,

중간에 계단 좌우편 골목길로도 서로 소통을 한다.

산동네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산복도로는 산동네와 도심을 이어준다.

결국 계단과 산복도로는 산동네 주민들의 소통 매개체이자 인터넷이다.

 

일제감점기에는 부산역 앞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 가파른 동네에 살았고 ,

6.25 때는 전쟁을 피해서 이 동네에 살았다.

이래저래 판자촌에 계속 살 수밖에 없었다.

왜놈도 쫓겨가고 전쟁도 끝났으니 이제는 편히 살 줄 알았다.

그러나 1955년부터 1964년까지 도시환경 개선 및 미관 회복이라는 미명하에

강제철거와 집단이주를 단행한다.

바로 이어서 1965년부터 1972년까지는 집단이주 개발정책을 시행해서

아예 도시 밖으로 쫓아낸다.

결과적으로 강제철거 이주정책은

도심지 불량주거지를 도시 전체로 확산시키고,

대규모 집단이주 개발정책은 도시 바깥까지 산동네를 확산시킨 꼴이 됐다.

 

교훈을 얻은 것일까?

부산시는 168계단의 폭을 3m에서 8m로 넓히고 65m 모노레일을 도입하여

노약자 이동편의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산동네 인터넷이 온 동네 명소가 될 것 같다.

 

168계단 중간쯤에 이르니 숨이 차오른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라고 화살표를 해놨다.

'김민부 전망대'다.

조금 쉬었다 갈 요량으로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더니

이럴 수가!

부산북항이 한눈에 펼쳐지면서 내가 오늘 정말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차 한잔을 마시면서 잠시 부산에 푹 빠져든다.

 

우리에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잘 알려진 김민부 작가는

바로 옆에 있는 수정동 산동네에 살았단다.

전망대 벽에 '기다리는 마음'을 새겨 놓았다.

절로 노래 선율이 떠오른다.

김민부 작가는 부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라디오 프로그램 '자갈치 아지매'를 집필했고,

온 국민을 웃겨주었던 '웃으면 복이 와요'를 집필하기도 했다.

김민부 전망대에 올랐으니 김미부의 '기다리는 마음'을 감상해 보자!

 

 

기다리는 마음

  - 김민부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소리 물레소리에 눈물 흘렸네

 

봉덕사에 종 울리면 날 불러주오

저 바다에 바람 불면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파도소리 물새소리에 눈물 흘렸네

 

168계단을 올라서면 그 끄트머리에 '이바구공작소'가 있다.

김민부전망대에서 바라 본 부산항대교 (2014년)
2014년 5월 25일 모노레일이 설치되기 전의 168계단 모습
168계단 중간 쯤에 있는 우물터
내려다 본 계단 (2014년)
(2014년)

https://youtu.be/MhQIr-RvK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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